샌드박스네트워크를 떠납니다.
샌드박스네트워크를 떠납니다.
고3 때 입사했지만, 사실 제 샌드박스는 고2(2015년)부터 시작이었어요.
그때부터 함께 달려왔고, 고3에 정식으로 들어와
10년이 넘게 지나고 스물아홉이 된 지금, 이렇게 인사를 남깁니다.
제 20대의 대부분이 샌드박스라는 이름 안에서 지나갔다는 게 아직도 조금 신기해요.
어떤 날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실감이 안 나고,
어떤 날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선명해서 마음이 묘합니다.
'샌드박스'라는 단어는 원래 모래상자죠.
아이들이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게,
마음껏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게,
바깥세상보다 조금 안전한 작은 세계.
돌아보면 저에게 샌드박스는 정확히 그런 곳이었습니다.
제가 뭘 좋아하는지, 뭘 잘하는지,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는지
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공간이었어요.
모래 위에서는 성이 무너지기도 하고,
생각보다 단단하게 굳기도 하고,
예상치 못한 모양이 나오기도 하잖아요.
그 모든 시행착오가 결국 손에 감각으로 남고
다음 시도에서 '내 방식'을 만들어 주듯이,
저도 이곳에서 수없이 만들고, 무너지고, 다시 만들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.
그리고 저는 한동안 도티TV의 '요정'(그룹엠)으로도 활동했어요.
도티TV에서 말하는 '요정'은,
앞에 서는 사람들 옆에서 콘텐츠가 완성되도록 돕는 사람들을 뜻하는 별명이었고요.
그 시절의 저는, 뒤에서 조용히 뛰면서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것 같아요.
그 시간을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.
또, 팬 여러분께도 꼭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.
봐주고, 웃어주고, 기다려주고, 무엇보다 잘 커줘서 고마워요.
여러분이 서로를 배려하고, 좋은 문화를 만들고,
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
"우리가 했던 일로 만들어진게 그냥 콘텐츠만은 아니었구나" 하고 느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.
진심으로 감사합니다.
이번 결정에는 개인적인 건강과 삶의 리듬을 다시 맞추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.
그 과정에서 Apple Developer Academy에 지원했고,
감사하게도 합격하게 되어
앞으로 9개월 동안 1인 앱 개발과 제품을 만드는 훈련에 집중해보려 합니다.
그 시간이 끝나면 제주로 내려가,
제가 직접 작은 실험들을 이어가며 저만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보려고 해요.
이제는 '보호받던 샌드박스(모래상자)' 밖으로 한 발 내딛는 느낌입니다.
조금 무섭기도 하고, 조금 설레기도 하고,
무엇보다 이상하게… 마음 한쪽이 따뜻하고 또 시원해요.
재밌는 건,
샌드박스를 떠난다고 해서 모래상자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.
이제는 "내 안에 작은 샌드박스"를 하나 더 만들고 싶습니다.
누가 정해준 규칙이 아니라,
제가 납득할 수 있는 속도와 방식으로,
실패해도 다시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제 손으로 만들고 싶어요.
그 안에서
작게는 앱 하나를 끝까지 만들고,
작게는 서비스 하나를 세상에 내놓고,
작게는 오늘의 나를 조금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까지.
'다양한 시도'를 꾸준히 해보려 합니다.
샌드박스네트워크는 제게 한 시절이 아니라,
제 성장을 지탱해준 바닥이었어요.
그래서 떠나는 인사도 "끝"이라기보다,
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페이지 넘김에 더 가깝습니다.
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.
그리고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다음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.
모두 건강하시고, 각자의 자리에서 오래 빛나시길 바랍니다.
고맙습니다.
